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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한반도서 벌꿀 사라지나… 기후 변화의 나비효과
작성일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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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관리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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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서 벌꿀 사라지나… 기후 변화의 나비효과





지난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산골 마을. 울창한 산림이 둘러싼 마을 한편으로 노란색 벌통 150여개가 길게 늘어섰다. 

3대째 양봉업을 하는 이대희(39)씨가 벌들과 올여름을 나기 위해 자리 잡은 곳이다. 

이씨는 올봄 경남 진해에서 채밀(採蜜·꿀 뜨는 일)을 시작해 경북 예천을 지나 이곳까지 왔다.

벌통 앞에서 손부채질을 하던 이씨에게 올해 작황을 묻자 한숨이 돌아왔다. “올해도 아카시아꿀이 평소보다 20%밖에 안 됐어요. 

피나무꿀이라도 뜨려고 강원도에 왔는데 여기도 (꿀이) 하나도 없네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건 다른 양봉 농가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대구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이동 양봉을 해온 김숙자(70)씨는 “50년 넘게 이 일을 했는데 이렇게 꿀이 없는 시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3년째 계속 내리막이에요 내리막. 꿀이 안 나 꿀이.”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전체적으로 꿀 생산이 전혀 안 된다. 

어느 지역만 딱 집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그렇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역에서 꿀이 마르고 있다. 국내 양봉 업계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흉작을 겪었다. 

국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 꿀 생산량은 지난해 2322t으로 평년(2만9160t)의 7.6%를 기록했다.

최대 흉작을 기록한 2014년(2592t)보다 낮은 수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도 1만3000t에 그칠 전망이다. 

2010~2015년 2만5000t 안팎이던 국내 꿀 생산량은 2016년 이후 1만t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아카시아꿀뿐만 아니라 잡화꿀부터 밤꿀, 피나무꿀까지 모든 꿀이 다 줄었다”고 말했다.

꿀 생산이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히 양봉 농가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벌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과일부터 꽃, 

나무까지 다양한 수분(受粉) 활동의 75%를 담당한다. 벌이 채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원인

꿀 흉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이다. 올 3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8.9도로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더운 3월’을 기록했다. 

4월은 날씨가 오히려 추워져 ‘역대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5월엔 대설주의보와 ‘역대 최다 강수일수’라는 악재가 이어졌다.

취재팀은 국립농업과학원과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올해 전국의 기온·강수 여건을 분석했다.



한반도 남부의 주요 꿀 생산지인 경남 함안에서 아카시아꽃이 핀 날은 4월 26일이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아침 기온(4.6도)을 뚫고 꽃망울이 피어올랐다. 

이틀 뒤인 28일 유밀(流蜜·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현상)이 시작됐다. 벌들이 꿀을 모아 올 적기는 나흘 뒤인 5월 2일이었다. 

그러나 당일이 되자 강수량 8.6㎜의 비가 내렸다. 꿀벌은 벌통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이틀 뒤인 4일에는 27.6㎜의 비가 쏟아졌다. 아카시아 꽃잎이 하나둘 떨어졌다. 함안 지역 양봉은 그렇게 5월 8일 종료됐다.

3대째 양봉업을 이어온 이대희(39)씨가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위치한 자신의 농가에서 손에 앉은 꿀벌을 살펴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양봉 생태계가 흔들리며 국내 꿀 생산은 2년 연속 흉작을 겪고 있다. 



중부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개화기간이 16일(전국 평균 12.4일)로 유독 길었던 경북 안동 지역도 꿀 생산은 신통치 않았다.

개화가 시작된 5월 5일 이후 꽃이 핀 16일 중 9일(56%) 비가 내렸다. 총 강수량은 102.9㎜으로, 가장 많이 내린 날(16일)은 65.3㎜였다. 

경기도 이천에서도 개화기간 10일 중 절반(5일) 동안 비가 내렸다. 강원도 철원은 개화 12일 중 9일 비가 내려 채밀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상기후 현상은 지난해 더 심했다고 양봉 농가들은 토로한다. 개화기인 5월 8일 경남 함안의 최저기온은 5.8도까지 떨어졌고,

다음 날도 비가 내려 낮 최고기온이 19.5도에 불과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해당 지역의 꿀벌 활동을 관찰한 결과 한창 꿀을 따러 

가야 할 5월 9~10일 벌의 활동 시간은 ‘0시간’이었다. 

충남 세종시와 경기도 이천 등도 벌 활동 시간이 4.2시간에 불과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는 “막상 벌들이 가서 꿀을

채취해야 될 시기에 기가 막히게 기온이 낮고 비가 내렸다”며 “나무는 꿀을 준비하지 못하고 벌도 활동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5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한 양봉 농가에서 이대희(39)씨가 벌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채밀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3대 요소는 온도와 강수, 바람이다. 벌과 밀원수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다.

꿀벌은 기온 20도 이상일 때 정상적으로 외부 활동을 한다. 최적 기온은 25도다. 

이수진 경북 예천군 곤충연구소 연구사는 “꽃이 피고 벌이 활동하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날씨가 좋아야 꿀을 뜰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기의 기후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겼다’는 건 4~5월 기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는 개화에 영향을 미쳐 남쪽에서 북쪽으로 차례대로 꽃이 피는 

‘개화 지도’가 유명무실해졌다. 최용수 연구사는 “등고선을 따라서 개화가 된다는 개념은 2015년 이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남부지방에서 충청권까지 동시에 개화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개화됐다”며 “개화 시기가 매년 들쑥날쑥한 데 지역별 개화 상태도 다 달랐다”고 말했다.

김민우 한국양봉협회 과장은 “남부지방부터 순차적으로 꿀을 따야 하는데 꽃이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피면서 꿀을 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아열대 기후가 나타났다면

올해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정작 올해 기후는 또 다른 식이어서 벌과 나무 모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최 연구사는 “정형화되지 않은 기상 변화가 양봉 환경을 굉장히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독이 된 양봉 열풍

이런 상황에서도 양봉 농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은퇴 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으로 양봉이 주목받으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양봉 농가와 사육군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양봉 농가는 2011년 1만9500호에서 2019년 2만9000호로 48.7% 급증했다. 봉군(벌통) 수도 같은 기간 168만군에서 274만군으로 늘어났다. 

반면 꿀 생산량은 2011년 2만1100t에서 2016년 1만4400t, 2018년 9700t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꿀은 맺히지 않는데 농가가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이어진다. 부족한 꿀 생산을 메우려 양봉 농가들이 전국 각지로 몰려다니다 보니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원수의 꿀이 마르면서 꿀벌이 먹을 꿀마저 부족한 상태가 됐다. 이동 양봉을 하는 A씨는 “과거에는 

어느 지역을 가도 다른 농가가 10여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이 주변에만 100개가 넘는다”며 “밀원수도 받쳐주지 않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봉군당 평균 생산량은 2019년 43.85㎏에서 지난해 9.06㎏, 

올해 11.57㎏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도 양봉 농가가 난립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형욱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농업은 평생을 해도 어려운 건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시는 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벌은 반경 4㎞까지 날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양봉을 할 거라면 정말로 책임 있게, 내가 만약 실수하면 생태계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감안하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소비자들은 꿀 생산 감소와 꿀벌 생태계 위기를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규격화된 사양벌꿀이 천연벌꿀 부족분을 만회하고 있어서다. 

사양벌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 채밀한 꿀을 말한다. 북미나 호주,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되는 꿀도 매년 늘고 있다. 

2014년까지 연 600t 안팎이던 해외 꿀 수입량은 현재 900t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다.



한국양봉농협 관계자는 “꿀은 필수식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이다. 천연벌꿀이 흉작이라고 가격을 올려버리면 소비자가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양벌꿀 가격은 천연벌꿀의 절반 수준이다. 가격 전쟁에서 천연벌꿀이 무조건 밀린다”며 “대형 마트에 사양벌꿀이 

잔뜩 있으니 꿀이 흉작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한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꿀 흉작에 대처하기 위해 밀원수 다양화와 꿀벌 품종 개량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5~6월 기상 변화가 너무 심하다면 밀원수를 다양하게 조성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꿀벌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품종 개량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형욱 교수는 “아카시아, 피나무별로 채밀 시기가 다른 만큼 밀원수가 다양하게 구성된다면 양봉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며

“아직은 주먹구구식인 양봉산업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내 양봉산업에 대한 실태 조사·관리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지난해 8월에야 양봉산업 육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한 

양봉산업법이 시행됐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던 양봉 농가를 관리하고, 양봉 산업·연구를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림청,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양한 정책 과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070489&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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