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약 바꾼 탓?…보성 양봉장 꿀벌 ‘집단 폐사’ 분통
예년보다 따뜻한 봄 기온 영향으로 전국에서 꽃이 거의 동시에 만발해 양봉농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양봉 농가의 주 소득원인 로열젤리와 꿀을 채취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 해 소득을 충분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4월초 꿀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야 할 시점인데도 전남 보성에 위치한 승병권 씨(63·농업경영인)의 양봉장에는
날아다니는 꿀벌의 모습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양봉장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꿀벌들의 사체가 더 많아 보였다. 간간히 사체 위를 기어 다니는 꿀벌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승병권 씨는 “땅 바닥에 기어 다니는 꿀벌은 날아서 꿀을 따오는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데 날개가 기형적인 게 원인이다.
현재 벌통 300개를 양봉하고 있는데 약 50%의 꿀벌이 폐사하거나 제대로 날지 못 한다”라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로열젤리를 채취해야 하는데
4월 하순이 지나도 정상적인 소득을 올리기는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승병권 씨는 양봉장에서 꿀벌이 폐사하거나 기형 날개로 부화하는 원인으로 꿀벌 응애 방지를 위해 처리한 구제약을 지목하고 있다.
그는 1월부터 여왕벌의 산란을 유도하고 애벌레에 치명적인 응애나 진딧물을 방제를 위한 조치를 해 왔다고 한다.
30년 가까이 양봉에 종사해 온 만큼 초기 꿀벌 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려 왔다.
특히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1월부터 여왕벌이 산란한 애벌레에 치명적인 응애나 진딧물 감염 방지를 위해 구제약을 처리해 왔다.
그러다 혹시나 한 가지 구제약만 쓰면 응애 등이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노파심에 G업체에서 생산한 꿀벌응애 구제약을
지난 2월 하순에 구매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전문 양봉농가인 만큼 사용 설명서에 따라 사양 액에 혼합해서 먹였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승병권 씨는 “혹시 다른 문제에 의한 피해일지 몰라서 꿀벌과 애벌레를 채취해 질병검사 기관에 의뢰한 결과 다른 질병이나
응애 등의 감염 원인은 아닌 것으로 통보 받았다”라며 “결국 새로 사용한 꿀벌응애구제약에 의한 피해라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승병권 씨 뿐 아니라 주변 농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폐사나 날개가 기형인 꿀벌이 출현 했다고 한다.
이런 피해는 올해만 발생한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실제 이전에 사용했다는 한 양봉농가는 “5년 전에 정부에서 지원받아 G업체의 꿀벌응애 구제약을 사용했는데 번데기 상태에서 죽거나
부화한 꿀벌의 날개가 없었는데 한 달 이상 지속돼 방제약 사용을 중단했었다”라며 “큰 피해를 입었지만 개인이 피해를 입증하기 힘들다.
사양 액에 혼합해 먹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철저한 검증으로 다른 양봉 농가가 피해를 안 보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승병권 씨는 꿀벌 폐사 원인으로 구제약이라고 규정하는 만큼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도 어려워 올해 만반의 준비로 5월까지 로열제리로 1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무산됐다”라며
“현재 외국인근로자 7명을 고용해 매달 고용비용만 수천만원에 이른다. 업체는 농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동물약품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증하고 승인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농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조속히 파악해서 더 이상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약품을 유통시킨 업체 관계자는 “양봉농가가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구제약을 과용해 사용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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